안녕하세요! 텃밭의 로망을 품고 농사의 세계에 첫발을 내디딘 초보 농사꾼 여러분, 환영합니다. 오늘은 강원도 평창의 맑은 공기와 큰 일교차를 듬뿍 받고 자라 아삭함이 남다른 '고랭지 오이' 재배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평창은 일반 평야 지역과 기후 조건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남들 하듯 똑같은 시기에 심었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습니다.
초보자분들도 이 글 하나만 읽으면 오이 농사에 성공하실 수 있도록, 아주 쉽고 자세하게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1. 평창 오이, 언제 심어야 할까? (파종 및 정식 시기)
오이는 추위에 매우 약한 작물입니다. 평창은 지대가 높고 서늘한 '고랭지' 기후를 띠고 있어, 봄이 늦게 오고 5월 중순까지도 갑작스러운 늦서리(만상)가 내릴 수 있습니다. 이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합니다!
파종 (씨앗 뿌리기) : 4월 중하순
초보자분들께는 씨앗부터 키우는 것보다 건강한 모종을 구입해서 심는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씨앗을 발아시켜 모종으로 키우려면 온열 매트 등 실내 온도 관리가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씨앗을 심고 싶으시다면, 밭에 바로 뿌리지 마시고 4월 중하순경 실내나 비닐하우스 내의 모종 트레이(포트)에 씨앗을 심어 약 한 달간 따뜻하게 키워내야 합니다.
정식 (모종 심는 시기) : 5월 하순 ~ 6월 초순 ★★★ (아주 중요!)
일반적인 남부나 중부 평야 지방은 5월 초면 오이를 심지만, 평창에서는 절대 서두르시면 안 됩니다. 5월 초에 심었다가 된서리를 맞으면 오이 모종이 하루아침에 까맣게 얼어 죽습니다.
안전하게 일기예보를 확인하시고, 최저 기온이 10도 이상으로 꾸준히 유지되는 5월 말에서 6월 초에 심는 것이 평창 오이 농사의 첫 번째 성공 비결입니다.
2. 밭 만들기 (오이가 살 스위트홈 꾸미기)
오이는 뿌리가 땅속 깊이 들어가지 않고 얕게 넓게 퍼지는 '천근성' 작물입니다. 또한 자라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서 밥(거름)을 아주 많이 먹습니다.
- 밑거름 주기 (정식 2주 전): 모종을 심기 최소 2주 전에는 밭에 완숙 퇴비(잘 썩은 거름)를 듬뿍 뿌려줍니다. 평당 퇴비 1포대(20kg) 정도면 넉넉합니다. 복합비료도 규정량에 맞게 섞어주면 좋습니다.
- 밭갈기와 두둑 만들기: 거름을 뿌린 후 흙을 깊게 갈아엎어 줍니다. 오이는 물을 좋아하지만 물이 고여 뿌리가 썩는 것은 극도로 싫어합니다. 따라서 물 빠짐이 좋게 두둑(흙을 쌓아 올린 높이)을 25~30cm 정도로 아주 높게 만들어 줍니다.
- 비닐 멀칭: 잡초가 자라는 것을 막고 흙의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 검은색 농업용 비닐을 두둑 위에 팽팽하게 씌워줍니다.
3. 모종 심기와 지주대 세우기 (기초 공사)
- 모종 심기: 맑고 바람이 적은 날 오전에 심는 것이 좋습니다. 모종 간의 간격은 35~40cm 정도로 넉넉하게 띄워줍니다. 비닐에 구멍을 뚫고 물을 흠뻑 준 뒤, 물이 스며들면 모종을 심습니다.
- 초보 꿀팁: 모종을 심을 때 흙을 너무 깊게 덮지 마세요! 모종 포트의 흙 높이와 밭의 흙 높이가 평행하게 되도록 얕게 심어야 뿌리가 숨을 잘 쉽니다.
- 지주대와 오이망 설치: 오이는 덩굴손을 뻗어 무언가를 잡고 올라가는 성질이 있습니다. 땅에 기게 두면 병에 걸리기 십상입니다. 모종을 심은 직후 바로 A자형 지주대를 튼튼하게 세우고, 다이소나 농약사에서 파는 오이망을 씌워줍니다. 모종이 덩굴을 뻗기 시작하면 오이 집게나 끈을 이용해 망으로 유인해 줍니다.
4. 물주기와 웃거름 (물과 밥 챙겨주기)
물주기: 오이(Cucumber)는 수분이 95% 이상인 채소입니다. 그만큼 물을 엄청나게 먹습니다. 흙 표면이 말랐다 싶으면 아침 일찍 물을 듬뿍 줍니다. 한 번에 왕창 주기보다는 조금씩 자주 주는 것이 꿀맛 나는 오이를 만드는 비결입니다. 물이 부족하면 오이가 쓴맛이 나고 모양이 구부러집니다.
웃거름 (추비): 밑거름만으로는 오이가 끝까지 자라기 벅찹니다. 모종을 심고 한 달 정도 지나 첫 오이가 달리기 시작할 때부터 약 15일~20일 간격으로 3~4회 웃거름(NK비료 등)을 줍니다. 포기 사이에 구멍을 살짝 뚫고 비료를 한 줌씩 넣어준 뒤 흙으로 덮어주면 됩니다.
5. 순치기 (초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가지치기)
오이 농사의 꽃, '순치기'입니다! 그냥 내버려 두면 잎만 무성해지고 오이는 열리지 않습니다. 이것만 기억하세요. "아래쪽 5마디는 무조건 휑하게 비운다!"
- 1~5마디 (또는 7마디) 비우기: 땅에서부터 세어서 1번째 잎부터 5번째 잎 사이에서 나오는 곁순(원줄기와 잎 사이에 돋아나는 작은 순)과 암꽃, 심지어 달린 오이까지 모조리 가차 없이 따줍니다.
- 왜 따야 하나요?: 아깝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어릴 때 밑에 열매가 맺히면 식물이 거기로 영양분을 다 보내느라 위로 자라지를 못합니다. 뿌리를 튼튼하게 내리고 원줄기를 지붕 끝까지 굵게 키우기 위한 필수 작업입니다.
- 그 이후: 5마디 위부터 열리는 오이들은 그대로 키워서 수확하시면 됩니다. 아랫잎들이 누렇게 늙어 병들기 시작하면 통풍을 위해 하나씩 제거해 주세요.
6. 병해충 관리와 수확의 기쁨
평창은 서늘하여 남부 지방보다는 병충해가 적은 편이지만, 비가 자주 오면 잎에 밀가루를 뿌린 것처럼 하얗게 변하는 '흰가루병'이나 진딧물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예방책은 통풍입니다. 오이망 사이로 바람이 잘 통하게 늙은 잎을 잘 솎아주시고, 친환경 자재(난황유 등)나 예방약을 미리 뿌려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기다리던 수확!
오이는 꽃이 피고 불과 7~10일만 지나면 수확할 수 있을 만큼 쑥쑥 자랍니다.
너무 크게 늙히지 마시고, 길이가 20~25cm 정도 되었을 때 과감하게 따주세요. 오이는 아침 일찍 수확해야 수분을 가장 많이 머금고 있어 아삭거리고 맛있습니다.
초보 농사꾼 여러분, 복잡해 보여도 막상 밭에 나가 흙을 만지다 보면 식물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실 겁니다. 늦서리만 조심해서 제때 심고, 물 잘 주고, 아래쪽 곁순만 똑똑 잘 따주면 평창의 맑은 자연이 알아서 최고의 오이를 길러줄 것입니다.
올여름, 직접 키운 멍이 들 정도로 시원하고 아삭한 고랭지 오이를 한입 베어 무는 짜릿한 성취감을 꼭 맛보시길 응원합니다! 파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