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경제범죄 유죄판결 후 취업 제한 위반이 회사 손해배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기업 경영진이 특정경제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관련 기업체에 취업한 행위가 과연 손해배상 책임까지 연결될 수 있을까? 

서울고등법원은 2025년 4월 24일 선고된 2024나2030176 판결에서 이와 같은 문제를 다루며, 취업 제한 위반만으로 이사가 상법상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의 개요

사건의 핵심은 원고 주주들이, 피고가 특정경제범죄법에 따라 유죄 판결을 받고도 관련 회사인 H 주식회사의 회장으로 취업한 것이 법 위반에 해당되며, 이로 인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으므로 상법 제399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 데 있다. 

이에 대해 1심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고, 항소심에서도 동일한 결론이 내려졌다.

특정경제범죄 유죄판결 후 취업 제한 위반이 회사 손해배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법원의 판단: 단순 취업제한 위반은 손해배상책임 사유가 아니다

서울고법 제16민사부는, 피고가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의 취업제한 규정을 위반하여 H사에 회장으로 취업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는 회사의 업무수행상 법률 준수 의무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 해당 법령은 ‘유죄판결을 받은 자’의 개인적 취업행위를 금지할 뿐, 기업체에 ‘이러한 자를 채용하지 말라’는 의무를 직접적으로 부과하지 않는다.

  • 법무부장관은 위반자에 대해 해임 요구권을 가지나, 이 사건에서는 해당 기업(H사)에 해임 요구조차 없었던 점도 반영되었다.

  • 만약 이러한 취업 자체를 무효로 본다면, 해당 인사가 체결한 모든 법률 행위가 무권대리 상태가 되어 법적 불안정성이 심각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재판부는 특정경제범죄법 제14조 위반만으로는 상법 제399조의 '이사의 법령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판단하였다.

제기된 청구와 항소의 내용

원고들은 H사 주식 일부를 보유한 소액주주들로, 피고의 취업이 위법하므로 회사가 입은 손해 약 220억 원 이상을 배상하라고 청구하였다. 

이 중 일부 금액은 이자까지 청구하였고, 법정이자율 연 12%를 주장하였다. 그러나 항소심은 1심과 마찬가지로 주주들의 손해 입증이 부족하며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였다.

법적 시사점: 형사 처벌과 민사 책임은 별개 판단

이 판결은 형사처벌과 민사적 책임을 명확히 구분한 사례로 주목받는다. 형사법 위반이 곧바로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며, 특히 그 위반이 회사의 업무수행과 직접 관련되지 않거나 회사의 결정적 의무 위반이 아니면 손해배상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또한, 특정경제범죄 유죄자에 대한 사전 승인 없는 취업이 있더라도, 법무부의 해임 요구 없이 이뤄진 단순 취업만으로 법률상 불이익을 기업 자체에 귀속시킬 수 없다는 점도 명확히 하였다.

결론

서울고등법원의 2024나2030176 판결은 형사처벌 받은 자의 취업 제한과 민사책임 사이의 경계를 분명히 하며, 주주들이 피고의 법 위반을 이유로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하려면 그 행위가 상법상 이사의 임무 위반에 해당함을 입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 사건은 기업의 법적 리스크 관리뿐 아니라, 이사 선임 및 주주의 대표소송 전략 수립 시 유의해야 할 중요한 판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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